3월 14일, 나의 두 번째 이식날이었다.
오랜만에 친한 언니한테 연락이 왔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다가 지금 나는 시험관 시술 중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알고보니 언니는 임신 8주라고 한다. 나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연락했는데 내가 시험관 한다고 하니까 적잖이 당황하고 미안한 눈치였다. 나는 진심으로 언니를 축해줬고, 요즘 입맛이 없다는 언니에게 과일을 보내줬다.
언니의 임신을 축하하는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다들 쉽게 임신을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어렵지? 전화를 끊고 잠시 남편한테 투정을 부렸다. 그래도 매번 속상해하고 슬퍼할 수는 없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언니는 왜 이식하는 날 내가 생각났을까? 어쩌면 나에게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려는 징조 아닐까? 그러고보니 화이트데이에 이식하는 것도 뭔가 로맨틱한 것 같다. 이번에는 삼신할매 뇌물과 우리 찰떡이, 콩떡이 간식까지 사탕 4개를 두둑히 들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
1. 이식 당일 프로게스테론 수치
지난 차수 때 동결보존한 3일 배아 최상급 2개를 이식하기로 했다. 1차 시도는 화유로 종결되었기 때문에 같은 차수에 채취된 배아들도 상태가 안 좋은 거 아닐까 걱정이 되었는데, 배아 하나하나는 성별도 다르고 모두 다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셨다. 또 냉동배아를 해동하는 과정에서 배아가 폐기되거나 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원장님은 배아가 폐기될 확률은 약 5%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다행히 나의 소중한 배아들은 잘 해동되었고, 등급도 최상급으로 유지되어 있었다.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가워. 찰떡아, 콩떡아!
이번에는 레이저 보조 부화술(LAH)과 배아 글루를 실시했다. 레이저 보조 부화술은 배아를 둘러싸고 있는 투명대에 구멍을 내 좀 더 뚫고 나오기 쉽게 도와주는 것이고, 배아 글루는 착상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본드 같은 역할을 한다. 이식 전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피검사도 하고 이식 후에는 타이유 주사도 맞았다. 신선이식과 동결이식의 차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번 차수와 처방이 달라진 것 같아서 뭔가 안심이 되었다.
피검사 결과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조금 낮다고 해서 이식 다음 날 병원에 다시 방문했다. 프로게스테론은 이식 후 착상과 유지를 돕는 호르몬인데, 찾아보니까 보통 20 이상을 안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나의 이식 당일 프게 수치는 8.66... 한참 낮은 수치에 마음이 심란했는데 원장님은 피검사에는 듀파스톤의 효과는 반영되지 않아 실제보다 낮게 나오므로 이 정도면 괜찮은 수치라고 했다(의사들마다 기준이 다른 듯). 그래도 프게 수치를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타이유 주사를 한 번 더 맞았고, 다음날부터 듀파스톤을 하루 3알로 증량했다.
2. 3일 배아 동결이식 후 증상
✔️ 이식 1일차(이식당일)
이식은 5-10분 정도로 금방 끝났다. 시술하기 위해 내부를 넓히면서 약간 뻐근했지만 참을만 했다. 시술 후에도 배가 살짝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 이식 2일차
기초체온은 37.1도였다. 프게 수치 때문에 출근 전 병원에 들러 타이유 주사를 한 대 맞았다. 퇴근 후 30분 정도 걸었더니 y존이 살짝 뻐근했다.
✔️ 이식 3일차
오늘의 기초체온은 37.3도. 지난 차수 때는 이 무렵부터 가슴이 빵빵해지고 아팠는데 이번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고, 배가 콕콕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남편은 지난 차수는 실패였기 때문에 증상이 다른 게 좋은 거라고 하지만, 아무 증상도 없다는 건 역시 불안했다.
✔️ 이식 4일차
기초체온이 36.8도로 살짝 내려갔는데, 얼굴에 열감이 느껴져서 오후에 다시 재보니 37.1도였다. 뭐가 맞는건지... 퇴근 후 갑자기 허기져서 바나나, 소고기, 두유, 식빵까지 순식간에 클리어했다. 그리곤 체했는지 계속 속이 울렁거려서 저녁은 스킵했다. 낮에 일할 때도 계속 하품이 나오더니 저녁 내내 병든 닭마냥 소파에서 졸았다. 호르몬 약 시간 때문에 밤 11시까지 겨우 깨어 있다가 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 이식 5일차
기초체온 37.1도로 미열이 지속되고 있다. 어제 속이 안 좋았던 게 계속 이어졌고, 하품이 계속 났다. 남편과 산책하면서 만보 정도 걸었는데 집에 오니 왼쪽 발목과 정강이쪽이 뻐근했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데 설사는 아니고 묽은 변이 아주 찔끔 나왔다. 자기 전에 질정을 넣는데 안쪽이 부었는지 자궁이 커지고 있는지 질정이 잘 안 들어갔다(생각해보니 저번 차수에 크리논겔 넣을 때도 그랬음).
✔️ 이식 6일차
어제는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새벽에 계속 깼다. 임신하면 호르몬 때문에 악몽을 많이 꾼다는데, 이것도 증상 중 하나일까? 오늘 아침 기초체온은 36.8도였는데 오후에 다시 재니까 37.6도까지 올랐다. 목도 조금 따끔거리는 게 감기가 오려나? 오늘은 출근해서 앉아 있는데 항문쪽이 눌리는 듯한 경미한 통증이 있었고 이후 양쪽 골반 부근이 간헐적으로 땡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품은 계속 났고 무슨 기면증마냥 이야기하다가도 갑자기 눈이 감겼다.
✔️ 이식 7일차
오늘의 기초체온은 37.0도. 어제도 이상한 꿈을 계속 꾸었고 새벽 5시 무렵부터 배가 아파서 잠을 설쳤다. 배가 사르르 아프고 장이 꼬인 것 같은 배통증이 몇 시간 지속됐고 식은땀도 났다. 출근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출근 전에는 괜찮아졌다. 역시 나는 K-직장인. 언니한테 말했더니 언니 둘째 가졌을 때도 밤중에 복통이 있었다고 했다. 이게 착상통인가? 오후부터는 배가 싸르르 아픈 게 곧 생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자기 전까지 계속 아팠다.
✔️ 이식 8일차
기초체온 37.2도. 자고 일어나니까 배 아픈 건 조금 나아졌는데 서서 출근하는데 허리랑 꼬리뼈 위쪽이 눌린 듯이 아팠다.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어김없이 하품이 나왔다. 저녁 먹고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데 오른쪽 옆구리가 찌릿? 꿀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계속 서서 혹은 앉아서 왔더니 허리랑 꼬리뼈가 너무 아팠다.
✔️ 이식 9일차
요즘은 새벽 5-6시쯤 소변이 마려워서 깬다. 오늘의 기초체온은 36.9도였다. 일하면서 오래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아프길래, 집에 와서 누웠더니 간헐적으로 왼쪽 하복부가 쿡쿡거리거나 뭉근하게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 이식 10일차
오늘 아침 기초체온은 36.8도였다가 오후에는 다시 37.3도로 올랐다. 어디 아픈데는 없는데 하루종일 무기력해서 누워만 있었다. 남편이 출장가는 바람에 혼자 있어서 그런건지 호르몬 때문에 그런건지 괜히 다운돼서 남편한테 빨리 오라고 칭얼거렸다. 저녁에는 갑자기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더니 다시 속이 안 좋아졌다.
✔️ 이식 11일차
아침에 체온 재는 걸 깜빡해서 퇴근 후 쟀더니 37.1도. 여전히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밀가루를 먹어서 그런가 명치가 답답하고 아팠다. 가끔씩 배가 찌릿찌릿한 느낌이 드는 것 외에는 괜찮았다.
이식 9일차가 되던 날 아침에 언니가 꿈을 꿨다고 연락이 왔다. 꿈 속에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와 무수히 많은 새끼 거북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2-3마리만 선명했다고 한다. 큰 거북이는 돈꿈, 새끼 거북이는 태몽이라고 하던데, 언니는 나의 착상 기원을 위해 복권을 사지 않겠다고 했다. 감동 ㅠㅠ 남편한테 꿈 이야기를 들려주니, "어? 거북이는 @@인데?"라고 말했다(평소 나 느리다고 거북이라고 놀림). 언니는 그 사실을 모르는데, 정말 내 태몽이려나? 내일 1차 피검사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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